법무사 여환동 사무소

자녀 전원 상속포기와 배우자 단독상속

"청구인 ○○○, ○○○가 피상속인 망 ○○○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2025. 4.

"청구인 ○○○, ○○○가 피상속인 망 ○○○의 재산상속을 포기하는 2025. 4. 3.자 신고는 이를 수리하고, 청구인 ○○○가 … 한 2025. 4. 3.자 한정승인 신고는 이를 수리한다." 2025년 7월 9일 울산가정법원이 내린 심판의 주문입니다. 같은 날 한 가족 세 사람이 낸 신고가 두 갈래로 정리되었습니다. 두 자녀는 상속포기, 어머니는 한정승인입니다.

그해 1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것은 예금과 보험 해약환급금 441만 원, 할부가 남은 승합차 한 대였습니다. 갚아야 할 빚은 카드대금과 저축은행 대출, 판결과 지급명령을 받은 개인 채무까지 10건, 6,121만 원이었습니다. 가족의 절차가 이렇게 간단히 정리될 수 있었던 것은 2023년 대법원 판례가 바뀌면서 손자녀가 따로 상속포기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1.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바꾼 것

피상속인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이들이 함께 1순위 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0조, 제1003조). 문제는 자녀 전원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입니다.

예전 판례(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는 이때 배우자와 손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빚 때문에 자녀들이 포기하면, 그 자녀의 어린 아이들까지 다시 상속포기를 해야 했습니다. 손자녀가 미성년자이면 법정대리인이 대신 신고해야 했고, 이를 놓치면 손자녀가 빚을 상속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고, 손자녀는 상속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분2023년 3월 이전2023년 3월 이후
근거대법원 2013다48852 판결대법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자녀 전원 포기 시 상속인배우자 + 손자녀 공동상속배우자 단독상속
손자녀의 상속포기필요 (미성년이면 법정대리인이 신고)필요 없음
가족이 해야 할 일자녀·손자녀 모두 포기 + 배우자 한정승인 또는 포기자녀 포기 + 배우자 한정승인

자녀 전원이 포기했을 때 상속인은 누구인가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전후

2023년 3월 이전
자녀 전원
상속포기
배우자
상속인
손자녀
상속인 → 다시 포기 필요
2023년 3월 이후
자녀 전원
상속포기
배우자
단독상속인 → 한정승인
손자녀
상속인 아님 · 신고 불필요

2. 그렇다면 배우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자녀 전원이 포기하면 빚을 포함한 상속재산 전부가 배우자 한 사람에게 모입니다. 배우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3개월이 지나면 단순승인으로 보아 피상속인의 빚을 자기 재산으로 갚아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제1026조 제2호). 그래서 배우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 배우자도 상속포기를 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1순위 상속인이 모두 사라지므로, 손자녀가 있으면 손자녀에게, 없으면 피상속인의 부모, 부모도 없으면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게 상속이 넘어갑니다. 빚이 친척들에게 차례로 옮겨 가고, 그때마다 포기 신고가 이어집니다.

둘째,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는 방법입니다. 배우자가 상속인으로 남되,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에서만 빚을 갚습니다(민법 제1028조). 상속인이 남아 있으므로 빚이 다음 순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가족은 두 번째 방법을 택하였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면 피상속인의 부모는 이미 모두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배우자까지 포기했다면 상속은 다음 순위를 찾아 계속 내려갔을 것입니다.

피상속인의 가족관계증명서 — 부모는 모두 사망하였고, 상속인은 배우자와 성년 자녀 두 명이었습니다.

▲ 피상속인의 가족관계증명서 — 부모는 모두 사망하였고, 상속인은 배우자와 성년 자녀 두 명이었습니다.

3. 실제 사건 — 한정승인 15일 뒤 상속재산파산

본 법무사는 2025년 4월 3일 세 사람의 신고서를 한꺼번에 울산가정법원에 냈습니다. 두 자녀는 상속포기, 배우자는 상속재산목록을 붙여 한정승인을 신고하였습니다.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었기 때문에, 배우자와 자녀가 서로 다른 신고를 하더라도 특별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울산가정법원 심판 — 두 자녀의 상속포기와 배우자의 한정승인을 같은 날 함께 수리하였습니다.

▲ 울산가정법원 심판 — 두 자녀의 상속포기와 배우자의 한정승인을 같은 날 함께 수리하였습니다.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라 이 심판으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었고, 자녀들의 자녀는 따로 아무 신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정승인으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상속재산 441만 원으로는 6,121만 원의 빚을 갚을 수 없었습니다.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은 상속재산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하여야 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299조 제2항). 본 법무사는 심판을 받은 지 15일 뒤인 7월 24일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하였습니다.

법원은 2025년 10월 20일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였습니다. 재산이 적은 사건이어서 간이파산으로 진행하였고, 연락이 닿지 않는 채권자에게는 공고로 송달하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관재인의 조사를 거쳐 2026년 3월에는 파산폐지에 관한 의견청취기일이 지정되었습니다.

상속재산 파산선고 결정 —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고 간이파산으로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 상속재산 파산선고 결정 —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파산을 선고하고 간이파산으로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상속재산파산이 진행되면 상속재산의 정리와 채권자에 대한 배당은 파산관재인이 맡습니다. 배우자는 채권자들의 개별 독촉에 혼자 대응하지 않아도 되고, 한정승인의 범위를 넘어 자기 재산으로 빚을 갚는 일도 없습니다.

4.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배우자 없이 자녀만 있는 경우에는 전원합의체 결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자녀 전원이 포기하면 손자녀가 다음 상속인이 되므로, 손자녀도 포기하거나 누군가 한정승인을 해야 합니다.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상속포기를 대리할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먼저 법원에서 자녀를 위한 특별대리인을 선임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21조).

5.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함께 준비할 때 확인할 것

첫째,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으로 상속인을 먼저 확정합니다. 배우자와 자녀 외에 이전 혼인의 자녀가 있는지, 피상속인의 부모가 살아 있는지 확인해야 누가 포기하고 누가 한정승인을 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녀와 배우자의 신고를 함께 진행합니다. 상속을 안 날부터 3개월이라는 기간은 각자에게 적용됩니다. 같은 날 함께 신고하면 기간을 놓칠 위험이 없고, 심판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셋째, 손자녀에게는 따로 신고를 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자녀 전원이 포기했다면 손자녀는 상속인이 아닙니다.

넷째, 한정승인을 한 배우자는 상속재산을 함부로 처분하지 않습니다. 예금 인출이나 차량 처분은 한정승인의 효력을 다투게 할 수 있으므로,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관재인에게 맡깁니다.

다섯째, 빚이 재산보다 많으면 상속재산파산까지 이어서 진행합니다. 한정승인 심판을 받은 뒤 채권자들에 대한 정리가 남아 있다면, 지체 없이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배우자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맺음말

2023년의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남편이나 아내가 빚을 남기고 떠났을 때 가족이 밟아야 할 절차는 한결 단순해졌습니다. 자녀는 포기하고, 배우자는 한정승인을 하며, 손자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배우자에게 상속이 모이는 만큼, 배우자가 한정승인과 상속재산파산으로 자신을 지키는 절차를 끝까지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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