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외국 국적자의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2019년 5월 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주오클랜드대한민국분관. 한 여성이 '외국국적 거주사실 진술서'에 서명했습니다.
2019년 5월 7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주오클랜드대한민국분관. 한 여성이 '외국국적 거주사실 진술서'에 서명했습니다. 진술서에는 "주오클랜드분관을 방문하여 07 MAY 2019 한국 국적 상실 신고를 마치고 뉴질랜드 시민권자로 거주하고 있음"이라는 문장이 찍혀 있었고, 용도란에는 손글씨로 '재산 상속'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보다 두 달쯤 전인 3월 14일 울산에서 어머니가, 그리고 불과 8일 뒤인 3월 22일 부산에서 남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두 분 모두 남긴 재산보다 정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았고, 국내에 사는 네 형제자매와 뉴질랜드에 사는 그녀는 함께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시간은 어머니의 사망일을 기준으로 6월 14일까지 석 달이었습니다. 국내 형제자매의 서류는 주민센터에서 하루면 끝나지만, 시민권자인 그녀의 서류는 오클랜드에서 만들어 바다를 건너와야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본 법무사가 진행한 뉴질랜드 시민권자(2019년), 브라질 영주 재외국민(2022년), 귀화한 결혼이민자 배우자(2026년)의 상속 사건을 통해 해외에 사는 상속인이 있을 때 국적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는지 정리합니다. 『법무사』 2026년 10월호에 소개된 재외동포청의 복수국적 허용 연령 조정 계획도 함께 살펴봅니다.
상속권은 국적을 따지지 않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점은 상속인이 외국 국적자라도 상속권은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국제사법 제77조 제1항은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속인이 어느 나라에 살든, 어느 나라 국적을 가졌든 상속의 순위와 상속분, 승인·포기의 기간은 모두 우리 민법에 따릅니다. 민법 제1000조의 상속 순위에도 국적은 요건으로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뉴질랜드 시민권자인 그녀도 어머니의 상속에서는 자녀로서 제1순위 상속인, 배우자와 자녀 없이 세상을 떠난 남동생의 상속에서는 형제자매로서 제3순위 상속인이었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내가 바로 그 상속인이다'를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 인감증명서로 끝나는 일을 해외 상속인은 거주국 서류와 재외공관의 확인으로 대신해야 하고, 그 방법은 상속인의 국적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시민권을 받는 순간 한국 국적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국적법 제15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정합니다.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은 날 그녀는 이미 법적으로 외국인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국적법 제16조 제1항에 따른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실제 신분과 서류상의 신분이 어긋난 채로는 상속 서류를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오클랜드분관에서 먼저 국적상실 신고부터 했습니다.
다음 문제는 이름이었습니다. 한국 서류에는 한글 이름이, 뉴질랜드 여권과 시민권증서에는 영문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법원과 등기소는 두 이름이 같은 사람이라는 공적인 확인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재외공관에서 발급받는 서류가 동일인증명서입니다. 구 호적상의 한글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 현주소를 적고 "대한민국 구 호적상의 ○○○와 뉴질랜드 시민권증서상의 ○○○는 동일인임을 확인함"이라는 문구에 본인이 서명합니다.
상속포기 신고는 상속인 본인의 의사로 해야 하는 것이므로, 해외에 있는 상속인은 국내 대리인에게 그 의사를 분명히 적은 위임장을 보내야 합니다. 그녀가 분관에서 작성한 시민권자 위임장에는 위임받는 사람으로 본 법무사의 이름과 사무소 주소를 적고, 위임 내용란에 직접 "…의 재산상속을 포기합니다"라고 손으로 썼습니다. 이 서식의 유의사항에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신청(대리 신청 불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해외 상속인 본인이 공관에 직접 나가야 한다는 뜻이고, 이 방문 일정이 전체 기한을 좌우합니다.
동일인증명서, 외국국적 거주사실 진술서, 서명인증서, 위임장의 네 가지 서류에는 각각 재외공관의 인증문이 붙었습니다. 인증문은 본인이 영사 앞에서 직접 서명했다는 사실을 공관이 확인하는 문서로, 국내 상속인의 인감증명서가 하는 역할을 대신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한 번의 방문으로 네 서류를 모두 인증받아 국제우편으로 받았습니다.
두 법원에 같은 날 신고했습니다
상속에 관한 비송사건은 상속이 개시된 곳, 즉 피상속인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신고합니다(가사소송법 제44조). 어머니의 마지막 주소는 울산, 남동생의 마지막 주소는 부산이었기 때문에 같은 다섯 형제자매가 울산가정법원과 부산가정법원 두 곳에 따로 신고해야 했습니다. 해외에서 온 서류는 두 사건에 모두 쓰일 수 있도록 준비했고, 2019년 6월 11일 두 법원에 같은 날 신고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89일째, 기한을 사흘 남긴 날이었습니다.
남동생은 어머니의 상속에 관하여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채 8일 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고 기간 안에 사망하면 그의 상속인이 자기의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다시 기간을 계산합니다(민법 제1021조). 두 죽음의 간격이 짧으면 두 개의 상속이 한꺼번에 겹치므로, 누가 누구의 상속인인지 상속도를 두 장 그려 놓고 신고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심판서에는 시민권자인 그녀도 다른 형제자매와 똑같이 청구인으로 올라 있고, 주소만 오클랜드로 적혀 있습니다. 해외 상속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법원의 보정명령이나 심판서를 해외로 송달하면 몇 주가 더 걸리므로, 청구인 전원의 송달장소를 국내 사무소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그 결과 신고 34일 만인 2019년 7월 15일 부산가정법원은 한 사람의 한정승인과 네 사람의 상속포기를 모두 수리했습니다.
네 사람이 포기하고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같은 순위의 상속인 중 일부가 포기하면 그 몫은 남은 상속인에게 귀속되므로(민법 제1043조),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면 남동생의 빚이 조카나 사촌 같은 다음 순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한정승인을 맡을 사람은 국내에서 청산 절차를 직접 챙길 수 있는 형제자매로 정하고, 해외에 있는 그녀는 포기를 택했습니다.
국적을 지킨 재외국민은 '서명인증서'로 합니다
2022년에 진행한 사건의 상속인은 1988년에 브라질로 이주해 상파울루에서 영주하는 재외국민이었습니다. 시민권을 받지 않아 대한민국 국적을 그대로 가진 국민이므로 국적상실 신고는 필요 없고 가족관계등록부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브라질 등록사항에는 남편의 성이 덧붙은 이름이 올라 있어, 한국 이름과 같은 사람이라는 동일인 확인서는 따로 받았습니다. 다만 해외에 사는 동안 국내 주민등록이 정리되어 있으면 인감증명서를 바로 떼기 어렵기 때문에, 재외공관에서 서명인증서를 발급받아 인감증명서를 갈음합니다.
해외 주소와 체류 자격은 재외국민등록부 등본으로 증명합니다. 이 상속인의 등본에는 등록공관 주상파울루대한민국총영사관, 최초 입국일 1988년 1월 20일, 체류목적 '거주', 체류자격 '영주'가 기재되어 있고, 용도란에는 '상속'이 적혀 있습니다. 같은 날 총영사관에서 서명인증서와 국내의 형제에게 상속재산 처리를 맡기는 위임장, 동일인 확인서를 함께 인증받았습니다. 재외국민과 외국인이 부동산 상속등기를 신청할 때 어떤 서류로 신분과 서명을 증명하는지는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부동산등기신청절차에 관한 예규」가 정하고 있습니다.
귀화한 배우자는 국민의 서류로 진행합니다
올해 진행하고 있는 사건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상속인은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민자로, 2026년 5월 20일 귀화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6월 2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불과 7주 뒤인 7월 10일 남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남편과의 사이에 미성년 자녀 두 명이 있고, 이 배우자는 2026년 9월 7일 울산가정법원에 상속한정승인을 청구했습니다. 9월 15일 법원의 보정명령에 따라 다음 날 서류를 보완했고, 사건은 현재 심리 중입니다.
배우자의 상속권은 귀화 여부와 상관없이 법률상 혼인 관계에서 나옵니다(민법 제1003조 제1항). 귀화 전이었더라도 그녀는 자녀들과 같은 순위의 공동상속인이었을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서류입니다. 귀화 덕분에 그녀는 자기 이름의 기본증명서와 주민등록번호, 인감증명서를 갖게 되었고, 외국인등록사실증명이나 본국 여권의 번역·공증 없이 국내 국민과 똑같은 서류로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결혼이민자 배우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국적취득일이 사망일보다 앞서는지부터 기본증명서(상세)로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복수국적자는 국내에서 '국민'입니다
세 번째 갈래는 복수국적자입니다. 국적법 제11조의2 제1항은 복수국적자는 대한민국의 법령 적용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만 처우한다고 정합니다. 외국 여권을 함께 가지고 있더라도 국내 상속 절차에서는 주민등록, 가족관계등록부, 인감증명서를 그대로 쓰는 국민이며, 외국에 머물고 있다면 재외국민처럼 재외공관의 서명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법무사』 2026년 10월호는 재외동포청의 2026년 업무계획을 소개하면서, 외국국적동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50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전했습니다. 병역을 마쳤거나 면제받은 사람이 대상입니다. 지금은 국적법 제10조 제2항에 따라 65세 이후 영주할 목적으로 입국하여 국적회복 허가를 받은 사람 등이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연령 기준이 낮아지면 뉴질랜드 사건의 상속인 같은 시민권자 상속인이 국적을 회복해 '국민'의 서류로 상속 절차를 밟는 경우가 늘어날 것입니다. 다만 이는 아직 계획 단계로 국적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그때의 법령을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에 상속인이 있다면 먼저 챙길 것
- 상속인의 국적부터 확인하십시오. 시민권을 취득했는지, 국적상실 신고를 했는지는 기본증명서(상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국적법 제15조, 제16조).
- 3개월 기한을 거꾸로 계산하십시오. 공관 예약과 국제우편 왕복에 몇 주가 걸립니다. 기간 안에 서류를 맞추기 어렵다면 가정법원에 기간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단서).
- 이름을 하나로 이으십시오. 외국 국적자는 한글 이름과 외국 이름이 같은 사람임을 동일인증명서로 증명합니다.
- 서명은 공관이나 공증으로 확인받으십시오. 재외국민은 서명인증서, 외국 국적자는 영사 인증이나 거주국 공증(아포스티유)을 받은 위임장이 필요합니다.
- 송달장소를 국내로 정하십시오. 보정명령과 심판서를 해외로 받으면 기간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 외국인이 상속으로 토지를 취득하면 신고가 따릅니다. 외국 국적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해 국내 토지를 취득하면 취득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합니다(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
해외에 사는 상속인에게 상속은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서류와 시간의 문제입니다. 뉴질랜드의 시민권자는 89일 만에, 브라질의 재외국민은 한 번의 공관 방문으로, 귀화한 배우자는 국민의 서류로 각자의 상속을 정리했습니다. 상속인 중 한 사람이라도 해외에 있다면 그 사람의 국적을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국적별 서류 준비와 공관 서류 안내가 필요하시면 본 법무사에게 문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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